살은 뺐는데, 지방세포는 기억하고 있다?

요요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지방조직의 후성유전적 기억


서론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의 목표는 대개 체중계의 숫자를 낮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목표에 도달한 뒤에도 고민은 끝나지 않습니다. 어렵게 뺀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현상 때문입니다. 이때 흔히 “의지가 부족했던 걸까?”라고 생각하지만, 감량 이후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11월 Nature에 발표된 힌테(Hinte) 연구진의 논문은 여기에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몸무게가 줄어든 뒤에도 지방조직에는 과거 비만 상태의 흔적이 남아 있을까요? 연구진은 사람과 생쥐의 지방조직을 분석해, 감량 이후에도 일부 분자적 변화가 지속된다는 결과를 보고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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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뇌가 경험을 떠올리는 기억과 다릅니다. 세포가 과거 환경의 영향을 받아 유전자를 사용하는 방식에 흔적을 남긴다는 뜻입니다. 체중계로는 보이지 않는 이 흔적이, 체중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세포의 크기가 줄었다고 상태까지 되돌아간 것은 아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큰 폭의 체중 감량 이후에도 지방세포 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지방세포의 부피는 감소할 수 있었습니다[2]. 세포에 저장된 지질량이 줄어드는 것과 세포의 기능이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힌테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량 후에도 지방조직에 과거 비만 상태의 분자적 흔적이 남는지를 조사했습니다[1].

지방조직 전체가 아닌 세포 종류별로 살펴보다.

연구진은 비만대사수술 전과 수술 2년 후의 복부 피하 및 대망 지방조직을 분석하고, 비만을 경험하지 않은 건강 체중 대조군과 비교했습니다. 수술 후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 감소한 대상에서도 일부 유전자 발현 변화가 지속됐습니다. 특히 지방세포뿐 아니라 지방세포 전구세포와 혈관내피세포에서도 전사적 기억이 관찰됐습니다[1].

핵심 분석법은 단일핵 RNA 시퀀싱(snRNA-seq)이었습니다. 지방조직에는 지방세포와 면역세포, 혈관세포 등이 함께 있으므로, 조직 전체의 평균 발현량만 보면 세포 구성의 변화와 세포 내부의 변화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세포핵별 RNA를 분석하고 세포 종류를 분류함으로써, 연구진은 감량 후 남아 있는 변화를 세포 유형별로 추적했습니다[1].

생쥐의 지방세포에서 기억의 분자적 흔적을 추적하다.

생쥐에서는 고지방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뒤 일반식으로 전환해 감량시켰습니다. 또한 AdipoERCre × NuTRAP 모델로 고지방식이 시작 전에 존재하던 지방세포의 핵과 리보솜을 표지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같은 지방조직에서 표지된 지방세포의 염색질 상태와 리보솜에 결합한 mRNA를 함께 분석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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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문장은 같아도 조절 부위의 표지는 남을 수 있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으면서 유전자 작동이 조절되는 현상을 다룹니다[3]. 이 연구에서는 히스톤 H3의 표지인 H3K4me3, H3K27me3, H3K4me1, H3K27ac와 염색질 접근성을 분석했습니다. 이들 표지는 각각 활성 전사 시작점, 억제 상태, 활성 또는 준비 상태의 인핸서, 활성 인핸서 등 유전자 조절 부위의 상태를 해석하는 데 사용됐습니다[1].

감량 후 일부 유전자의 발현은 회복됐지만, 해당 조절 부위의 후성유전적 변화는 남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측정 시점의 RNA 발현량이 비슷해져도, 다음 영양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까지 같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지속적 변화가 재노출 시 반응을 달라지게 하는 준비 상태, 즉 프라이밍(priming)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1].

분자적 흔적은 실제 세포 기능의 차이로 이어졌을까?

연구진은 감량한 생쥐의 부고환 지방조직에서 성숙 지방세포를 분리해 48시간 배양한 뒤, 인슐린 존재 조건에서 포도당과 팔미트산 흡수를 측정했습니다. 이 세포들은 대조군보다 두 영양분의 흡수량이 증가했습니다. 또한 12주간의 고지방식이 후 감량한 생쥐를 다시 4주간 고지방식이에 노출하자 대조군보다 체중이 더 빨리 늘었습니다. 분자 분석에 기능 평가를 연결했다는 점이 이 연구의 강점입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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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로서 주목할 점과 해석의 범위

이 연구는 유전자 발현, 염색질 상태, 세포의 영양분 흡수, 개체의 체중 변화를 여러 수준에서 연결했습니다. 특히 고지방식이 이전에 표지한 지방세포를 분석한 설계는, 이미 존재하던 지방세포에 과거 환경의 영향이 남는지를 살펴보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 시점의 발현 결과뿐 아니라 자극을 다시 주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까지 평가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1].

다만 사람에서 확인한 것은 감량 후에도 남아 있는 전사 변화이며, 사람의 지방세포 후성유전체를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 자료는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대상에서 얻었으므로, 식이조절이나 약물로 감량한 경우에도 같은 변화가 생기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생쥐에서 관찰한 지방 저장 부위와 실험 조건의 차이도 사람에게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합니다[1].

또한 영양분 흡수 증가가 관찰됐다고 해서 특정 히스톤 표지가 그 변화를 직접 일으켰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지방조직의 기억과 전신적인 요요현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남아 있는 조절 상태를 선택적으로 바꿨을 때 세포 기능과 체중 재증가가 함께 달라지는지 검증해야 합니다. 기억이 얼마나 지속되는지와 조절 가능한 치료 표적이 무엇인지 역시 후속 연구의 과제입니다[1].

체중 재증가에는 지방조직 외의 요인도 관여합니다.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감량 1년 후에도 식욕 관련 호르몬과 배고픔의 변화가 지속됐습니다[4]. 따라서 후성유전적 기억은 요요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경로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결론

체중이 회복됐다는 사실과 지방조직의 분자적 상태가 회복됐다는 사실은 같은 의미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감량 이후에도 일부 조절 상태가 남고, 이후 자극에 대한 반응과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사람의 요요현상을 얼마나 설명하는지는 아직 풀어야 할 질문입니다.

세포를 연구하는 관점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관찰한 세포라도 이전에 경험한 환경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발현량과 형태에 더해 세포의 이력과 재자극 반응을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지방조직의 회복과 체중 유지의 생물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Hinte LC et al. Adipose tissue retains an epigenetic memory of obesity after weight loss. Nature 636, 457–465 (2024). https://doi.org/10.1038/s41586-024-08165-7

[2] Spalding KL et al. Dynamics of fat cell turnover in humans. Nature 453, 783–787 (2008). https://doi.org/10.1038/nature06902

[3]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Epigenomics Fact Sheet. https://www.genome.gov/about-genomics/fact-sheets/Epigenomics-Fact-Sheet

[4] Sumithran P et al. Long-Term Persistence of Hormonal Adaptations to Weight Loss. N Engl J Med 365, 1597–1604 (2011). https://doi.org/10.1056/NEJMoa1105816

원문 [1]은 2025년 7월 7일 정정 내용을 반영했습니다. https://doi.org/10.1038/s41586-025-0890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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