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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신약 개발의 미래 평균 10~15년. 신약 하나가 연구실에서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여기에 수조 원의 개발 비용과 수많은 연구 인력이 투입되지만, 최종적으로 허가를 받는 후보물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신약 후보의 대부분은 개발 과정 어딘가에서 실패합니다. 그런데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mRNA 백신이 빠르게 개발된 사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게 했고, 이후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신약 개발의 새로운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신약 개발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을까요? AI는 '찾는 시간'을 줄인다. 신약 개발의 첫 번째 단계는 질병을 일으키는 표적(Target)을 찾고, 그 표적에 작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연구자는 수십만 개에서 수백만 개에 이르는 화합물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하나씩 선별하고 실험해야 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았습니다. AI는 이 과정을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방대한 화합물 데이터와 단백질 구조, 유전체 정보를 학습한 AI는 특정 단백질과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예측합니다. 연구자는 모든 후보를 실험하는 대신, AI가 제안한 가능성 높은 후보부터 검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Google DeepMind의 AlphaFold입니다. AlphaFold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 연구자들이 표적 단백질을 이해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습니다. 과거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었던 단백질 구조 분석이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후보물질 탐색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발견'이 아니라 '설계'의 시대 AI는 단순히 기존 화합물 중에서 적합한 후보를 찾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원하는 조건에 맞는 새로운 화합물을 직접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단백질에는 강하게 결합하면서 독성은 낮은 분자"와 같은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새로운 분자 구조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Drug Discovery(신약 발견)'를 넘어 'Drug Design(신약 설계)'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Insilico Medicine은 AI를 활용해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전임상 단계까지 진입하는 기간을 기존보다 크게 단축한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Isomorphic Labs는 AI를 이용해 단백질과 약물의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차세대 신약 설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AI는 이제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후보물질을 함께 설계하는 연구 파트너가 되고 있습니다. 실패를 빨리 아는 것도 '속도'다. 신약 개발이 오래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후보물질이 전임상이나 임상 단계에서 실패하면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비용은 모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독성이나 체내 흡수율, 대사 과정과 같은 문제는 개발 후반부에 발견될수록 손실이 커집니다. AI는 이러한 실패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서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약물의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 독성(Toxicity)을 의미하는 ADMET 특성을 AI가 미리 분석하여 위험성이 높은 후보를 조기에 제외할 수 있습니다. 즉, AI가 신약 개발을 빠르게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연구 속도를 높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일찍 걸러냄으로써 불필요한 연구를 줄이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AI는 실험실의 효율도 바꾸고 있다. AI의 역할은 컴퓨터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자동화 실험 시스템과 AI가 결합한 'Self-driving Lab(자율 실험실)' 개념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AI가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다음 실험 조건을 제안하면, 자동화 장비가 이를 수행하고 다시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반복 과정은 사람이 직접 계획하고 수행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며, 수백 개 이상의 실험을 동시에 수행하는 High-throughput Screening 기술과 결합하면 후보물질 검증 속도는 더욱 빨라집니다.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아니라 실험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연구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좋은 데이터'에서 시작된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을 갖고 있더라도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하면 정확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신약 개발에서 AI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데이터의 품질입니다. 재현성이 높은 세포배양, 안정적인 실험 환경, 신뢰할 수 있는 분석 데이터는 AI가 올바른 예측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입니다. 특히 세포의 상태와 배양 조건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실험 결과의 신뢰성이 확보되고, 이러한 데이터가 다시 AI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신약 개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AI가 등장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새로운 후보물질을 설계하며, 실패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실험 과정을 최적화하는 등 개발 전반을 혁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신약 개발은 사람과 AI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더 빠르고 정확한 연구를 수행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연구 데이터와 이를 만들어내는 연구 환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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